공지사항
'아름다운사람' 김민기 추모음악회
24-07-25 10:09
* 출처 : 연합뉴스

김민기가 소천했다.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었지만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보를 접하던 어느 토요일 아침과 같은 분노와 경악은 없었다. 사실 김민기의 암 투병과 학전의 마감 기사를 통해서 설마 하면서도 예감은 하고 있었으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였다. 몇 차례나 <친구>와 <잘가요>를 들으며.

그러다가 뜻밖의 추모음악회 개최 소식을 들었다. 우리아이재단에서 마련하는, 토마토홀에서의 김민기를 추모하는 음악감상 모임이라고 했다. 사실 이 날은 여러 행사가 사전에 약속되어 있었다. 유가협의 민주유공자법을 위한 천막문화제와 기후정의를 위한 다큐영화 <바로 지금 여기> 공동체 관람까지. 고민하다가 마음가는 대로 김민기 육성을 들으러 토마토홀로 향했다. 그리고는 스무 살 나를 만나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음악회에서 마련한 김민기의 노래들 한 곡 한 곡 첫 소절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갑자기 저녁 어스름 속에 백양로를 내려오고 있고, 또 갑자기 청송대에서 모닥불 앞에 앉아 있다. 집회현장에서 수없이 불렀던 <상록수>와 <아침이슬>을 넘어 그간 잊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노랫말 속에 복기된다. 데모하다 끌려간 친구들을 생각하며 선술집에서 토해냈던 "먼길가는 친구여 이 노래 들으오"와 호기로운 논쟁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헛헛하고 어설픈 마음에 뇌까렸던 "두리번거린다...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반여성적이라 비난하면서도 무의식에서 흥얼거리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토마토홀을 가득 채우는 노래들 속에서 이 땅의 현실에 새로 눈뜨며 불나방처럼 덤벼들던 겁없던 스무 살 초반의 내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돌아서면 두렵고 번민하던 또다른 내가 어린 모습으로 마주 서 있다. 그 사이사이로 김민기의 노래들은 공기처럼 휘감아 흐르며 그 시절의 나를 토닥거리고 위로하고 끄덕여준다.

90여 분 시간은 짧게 지나간다. 객석에 자리한 모두는 망부석처럼 숨을 죽이고 있다. 그 고요 위에 투박하고 진솔한 노랫말이 저음으로 시작하며 기억들을 일깨운다. 처음 듣는 노래가 하나도 없는데도 새롭지 않은 노래 또한 하나도 없이 우리를 먹먹한 기억으로 이끌어간다.

암울했던 시대에 김민기의 노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었다. 손을 맞잡고 함께 노래부르며 아파하고 슬퍼한 시간들은 각박함 속에서도 메마르지 않고 서늘한 가운데서도 따뜻하게 우리를 지켜온 힘이었다. 때론 나아가게 때론 견디도록 해준 노래들을 선물한 김민기. 참으로 감사하고 그가 있어 행복한 젊음이었다.

어설프고 힘든 시절 위로와 힘이 되어주던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의 추모를 겸한 귀한 음악 감상의 시간을 만들어주신 우리아이재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2024. 7. 24. 이 인숙)

* 7월 24일 김민기 추모음악회에 참여해 주신 후원자분께서 보내 주신 글입니다.
급하게 연락 드렸음에도 늦은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후원자분들께 거듭 감사 인사 드립니다.
첨부파일 : 김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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